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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in Sweden /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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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그래스호퍼-이사카고타로

양장군 2011. 2. 8. 14:30
그래스호퍼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랜덤하우스
2009년 11월 인쇄

그래스호퍼...
메뚜기..

밀치기, 칼잡이, 자살유도자 라는 세 킬러의 등장보다도 주인공이었던 스즈키의 찌질하지만 안쓰러운 모습에 그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던 소설
인상적으로 읽었던 '오듀본의 기도'의 맥을 잇고, 나그네 비둘기를 등장시키는 점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이다.

읽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정신없이 궁금해져서 놓기가 싫어지는데 한 번 놓고 나면 다시 읽으려고 손에 쥐기가 무척 힘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속도감있게 읽어내린 소설

띄엄띄엄 읽어서 전체적인 느낌보다도 군데군데 이상적이었던 문구들이 있어서 적어본다.
이사카 고타로는 항상 청년들의 웅크리고 있는 앉은뱅이 마음을 일으키고자 하는 힘을 가진 것 같다.
현실에 대해 비난만 하고 어떻게도 못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일어서라고 행동하라고 독려하는 것 같다.
소설 자체는 어둡지만, 어쨌든 이사카 고타로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문득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다른 나라의 분쟁 장면이 텔레비전 화면에 비칠 때였다.
 "아마도 우린 당장 눈앞을 적군이 막아서도 전쟁을 실감하지 못할 거야. 지금까지 발발한 세계적인 전쟁은 사람들이 전쟁이란 것을 우습게봐서 일어난 거라고 생각해, 난."
그렇게 말하면서 안타깝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 당신 말이 맞아. 그동안 그 말을 잊고 지냈다. 반지를 내려다보면서 다시 아내를 생각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행한 일은 대부분 사람들이 우습게보고 있다가 겪는 거라니까."
그래, 맞아.

이와니시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자살하는 인간은 딱 질색이야.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건 인간뿐이거든. 그거 건방진 짓 아닌가? 아무리 불행한 돼지도 스스로 죽진 않아.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그래서 난 단지 몸을 날리는 거야. 죽는 건 그 결과일 뿐이지."

구지라는 눈을 감았다. 신이 내게 무엇을 해주었는지 묻기 전에, 신이 애초에 무언가를 해준 인간이 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신과 타인은 말할 것도 없고, 나 자신조차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게 현실이라는 귀결에 냉소가 흐른다.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닫자마자, 인간은 죽고 싶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저 태어나니 살아갈 뿐, 목적 같은 건 없다. 그 사실을 깨닫고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잔인하지 않은 게 있나? 태어난 순간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는 것 자체가 이미 잔인한 일이잖아."

"정치가의 눈을 뜨게 하라. 그러지 않으면 내일 당장 노래를 빼앗긴다."
"같은 물에 담긴 것은 같이 썩는다. 같은 사람이 계속 정권을 쥐고 있으면 썩기 마련이야.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면 더더욱 정기적으로 바꿔줘야지. 안 그럼 고인 물처럼 이끼가 끼고 썩어들지 않겠냐."

"태어났으니 사는 수밖에. 이런저런 궁리를 하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는 건 인간의 몹쓸 면이야."


죽음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어떻게 살아야겠구나 하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나도 모르게 생기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이러니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