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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중력 삐에로-이사카 고타로

양장군 2011. 2. 28. 11:49
[Book]중력 삐에로-이사카 고타로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출판


근래 가장 신나고 속도감있게 읽은 소설 
이사가 고타로의 이런 면이 좋다고나 할까.
현실에서 허용되지 않을, 실제에서는 안될 것 같은 결론을 명쾌하게 선사하는 서비스 정신

"내가 일하는 걸 봤으니까. 성실한 사람은 적절한 보수와 기회와 신뢰를 얻는 거야. 그리고 만일 그림이 마음에 안들면 내 손으로 지운다는 조건이야."


"불에는 정화작용이 있어."
아버지는 그 자신이 불에 의해 위안을 받은 적이라도 있다는 듯이 말했다.
"잉걸불(활짝 핀 숯불 또는 다 타지 않은 장작불)이건 쓰레기 태우는 불이건, 가만히 바라보면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지."
"인간은 천성적으로 불을 좋아하니까."
나는 십대 시절에 캠프파이어를 할 때, 감정이 정화되고 고양되는 느낌을 가졌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불태운다는 표현이 있을 정도니까, 뭔가를 이루었을 때의 기분이 그럴지도 몰라. 불에는 성취감 같은 것이 들어 있는 것 같아. 그리고 죽은 사람을 화장하면 빨리 체념할 수 있어."
(아버지와 형(이즈미), 동생(하루) 셋이 나누는 이 대화들에는 결국 작가가 부여하고 싶은 면죄부의 이미지가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도 조심해야 해. 똑바로 가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길에서 벗어나게 되니까. 살아가는 일과 똑같아. 똑바로 살아가려는 데도 어딘가에서 저도 모르게 굽고 말아. 물론, 굽어라, 굽어라, 하고 외쳐대도 굽는 거지만."
(이 장면을 다시 읽어보니 그냥 눈여겨 보지 않았던 문장들이 눈에 들어오는 군. 결말을 보고 읽는 소설 중간 중간의 복선 장치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세상에는 인터넷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표시되지 않는 인물이나 사물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세계에서 몸을 숨기고 싶다면 은밀하게 사는 곳을 옮길 필요도 없이 검색 조건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편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성냥, 이란 말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명한 소설이 떠올랐다.
"인생은 한 통의 성냥과 비슷하다. 소중하게 다루는 건 웃기는 일이다. 그러나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위험하다."


"근거 같은 걸로 자신감을 가지면, 좀 비겁하다는 생각 안 들어요?"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근거도 없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인가? 아니 뭐 자신감을 갖는다는 것은 상관없다. 오히려 개인에게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자신감으로 상대방 위에 서려고 하는 우월감은... 그것은 자만일까?)


"비극의 구십 퍼센트 이상은 착각에서 일어나지. 그 나머지는 자신만만한 정치가 때문에 일어나고."
(그렇다면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정치가의 착각은 엄청난 재앙이로군)


"의미를 생각하다보면, 사물은 너무 복잡해져."
하루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사람이 누군가를 죽였다고 해. 그러면 사람들은 모두 그 원인을 생각해. 원한이 있었다든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든지, 혹시 정신착란을 일으켰는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말아. 결과만 보면 돼. 사람을 죽였다는 그 결과를. 그러지 않으니까 결국 나름대로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우등생 꼬마가, '왜 사람을 죽이면 안되나요?' 라고 묻는 거야."


"이상하게도 사람이란 고정관념을 가지기 쉬운 모양이야. 까마귀는 검다, 개는 온순하다, 고양이는 변덕스럽다, 동정은 악이며 장수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 그렇게 단정하면 기분 좋은 모양이야. 그래서 노숙자를 모두 실패한 인간이고, 야만적이며 불결하다고 단정해버려. 또는 노숙자는 모두 불행한 인간이며, 바탕이 선한 사람이라고 단정해. 장애자나 노인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노숙자 가운데는 이상한 놈도 있고 싹싹한 놈도 있어. 사랑스런 노인이 있는가 하면 때려주고 싶은 사람도 있어. 부탁만 하면 탐정 업무도 멋지게 해내는 노숙자도 있는 거야."
(사람으로 자라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을 접하지 않고, 갖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이러한 작가의 생각에 공감이 가고 절대 동의하지만, 방법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내가 고정관념을 갖고 행동하는 지. 그 순간에 의식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


"에셔라는 사람 알아?"
"화가잖아. 착시효과를 이용한 그림을 자주 그린 사람."
"맞아. 판화가 에셔. 그는 라스코의 벽화를 보고 재미있는 걸 깨달았어."
"판화가가 깨달았단 말이지."
"조형 예술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거야."
"진화하지 않아?"
"인류는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와 발전을 해왔어. 과학이나 기계들을 봐. 선인의 가르침이나 성과를 배우고 그것을 더 발전시켜왔어. 하지만 예술은 달라. 에셔는 그걸 발견한 거야."
"예술은 왜 다른데?"
"어떤 시대에도, 상상력이란 선인에게서 이어받는 것이 아니라 매순간마다 예술가가 필사적으로 짜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예술은 진화하지 않는다는 거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십 년 전에 비해 컴퓨터나 전화는 더 편리해졌어. 진화했다고 해도 좋아. 그렇지만 백 년 전의 예술에 비해 지금의 예술이 더 훌륭하다고 할 수는 없는 거야. 과학처럼 업적을 쌓아올리는 것과 달라서 예술은 그때마다 전력질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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