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양장군 in Sweden / Germany

[book]마왕 - 이사카 고타로 본문

Books

[book]마왕 - 이사카 고타로

양장군 2010. 1. 25. 13:34
마왕
저자: 이사카 고타로
역자: 김소영
출판사: 웅진
출판일: 2006년 8월 25일 초판 1쇄 발행

* 이사카 고타로
1971년 일본 치바현 출생
도호쿠 대학 법학부 졸업
2000년 '오뒤본의 기원'으로 제5회 신쵸 미스터리클럽상 수상, 작가 등단
2004년 '집오리와 야생오리의 코인로커'로 제25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수상
등등..

현재 센다이시에 거주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중 1인(많지 않다) 


마왕(스포 약간 및 문장 여럿 있음)

마왕 형 - 안도의 이야기
호흡 동생 - 준야의 이야기 

39쪽.
-안도의 생각
'남자는 여든을 넘겼을 것이다.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발목과 손목은 가늘고, 입가에 묻은 음식 찌꺼기인지 땟물인지 모를 얼룩에 신경을 쓰는 눈치도 아니다. 눈의 초점은 분명하지 않고, 넋나간 듯한 얼굴로 아이스커피를 향해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일 때마다 악취를 뿌린다.
그는 '그저 살아 있을 뿐'인 게 아닐까. 나는 먼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상상을 해본다. 그에게 아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예전에는 있었겠짐나 지금은 없을 것이다. .... 중략 ....
그리고 다시 나는 50년 전의 이 남성을 상상해 본다. 30대 대 그는 지금과 똑같은 상태였을까.
아니다.
결코 아닐 것이다.
30대의 그는 등줄기도 더 곧았을 것이고 피부에는 기름기마저 돌았겠지. 주위 여성들의 호감을 사고 싶은 마음에 앞머리의 위치나 셔츠의 무늬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을 것이다. 어딘가에서 늙은이를 만나면 "지저분한 영감이네. 무슨 낙으로 살아가는지 몰라. 살아 있을 뿐이야 저건" 하고 동정과 비웃음의 침을 튀겼을 것이다.
즉, 하고 나는 그때 결론에 다다른다.
이 남자는 나다. 50년 후의 내가 이 노인과 다르다고 어떻게 잘라 말할 수 있나.
설마, 하며 혀를 차면서도 나는 눈물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동감, 50년 후의 내가 늙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47쪽.
-이누카이 의원의 말
"지금 이 나라의 국민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텔레비전과 컴퓨터 앞에 앉아 거기서 흘러나오는 정보나 오락을 끝없이 바라보고만 있을 뿐입니다. 죽을 때까지 평생 그런 식으로 멍청하게 사는 거죠. 밥 먹는 것도 목욕도 일도 연애도, 생각 없이 그냥 할 뿐이에요. 그렇게 자각 없이 무위도식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주제에 인생은 짧다고 한탄합니다. 어떻게 하면 편하게 앉아서 이득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만 궁리하죠. 권리만 주장하고 참을 줄은 몰라요. 불평불만만 많은데다가. 나는 그런 것들을 자유라는 이름으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대 동감, 생각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들이 가져올 무서운 결과는 짐작이 간다.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생각, 가운데는 어디 있을까)

103쪽.
-미야자와 겐지의 시
'새로운 시인이여
폭풍에서 구름에서 빛에서 
새로운 투명한 에너지를 얻어
사람과 지구가 취해야 할 형태를 암시하라

새로운 시대의 마르크스여
이들 맹목적인 충동으로 움직이는 세계를
훌륭하고 아름다운 구성으로 바꾸라

제군은 이 시원스러운
제군의 미래권에서 불어오는
투명하고 청결한 바람을 느끼지 못하는가'

190쪽.
-미야자와 겐지의 시
'안 되겠지요
멈추질 않아요
쿨렁쿨렁 솟아오르고 있으니
어젯밤도 꼬박 지새우고 피도 연신 쏟아지고 있으니

피가 나고 있음에도
이다지도 느긋하고 괴롭지 않은 것은
혼백이 거지반 몸을 떠났기 때문인지요
허나 피 탓에
이를 말할 수 없으니 잔인합니다.

그대가 보기에는 몹시도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아름다운 파란 하늘과
맑게 트인 바람 뿐입니다.'

++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라는 책을 유쾌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문득 '이사카 고타로'가 떠올랐다.
미미 여사의 책을 빌리러 갔다가 옆에 나란히 꽂혀 있는 '마왕'이 눈에 들어 집어들었다.

생각해보니 밝고 경쾌한 문체는 아니었지만 
명랑한 갱 2권을 유쾌하게 읽었다는 느낌이 남아 있어 마왕에 대해 은근한 기대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게 읽을 수는 있지만, 마냥 즐거운 책은 아니라는 것.


마왕은 일정한 거리 안에 있는 사람에게 자기가 원하는 말을 내뱉게 하는 능력을 지닌 안도와 10번 이내의 단식형 내기에서 절대 이기는 운이라는 능력을 갖고 있는 동생 준야의 이야기 이다.

생각없이 휩쓸려 가는 일본 사회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 의지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형 안도는 혜성처럼 나타난 '이누카이' 의원을 경계한다. 듣기 좋은 이야기만 듣기를 원하고 편하게 살고 싶어만 하는 사람들에게 이누카이 의원의 등장과 말들은 달콤한 유혹같기도 하고, 단순한 재미와 즐거움 같기도 하다. 
그 이면에 숨겨진 전체주의와 독재의 위험한 전제에 대해서 눈치채고 있는 것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알아차리더라도 현재의 자유와 민주주의에서 비롯된 방종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그저 귀찮아할 따름이다. 스스로 생각할 힘을 스스로 버리고 있다. 
무솔리니를 표방하는 이누카이를 쫓는 사람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되는 안도는 영웅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살기를 원했던 것 뿐이었다.
남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말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은 일정한 거리 안에서만 가능했고, 그 힘은 세상을 바꿀만큼의 위대한 능력은 아니었다.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의 살의조차 알아챌 수 없는 능력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을 알아차리고 후일을 준비하는 준야의 이야기조차 뭔가 허무하고 시시한 결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누카이가 제시하고 있는 세상과 안도가 생각하고 있는 세상이 모두 버릴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 속에서 스스로 생각할 힘조차 없는 군중들이 과연 어느 길로 나아가는 것이 옳은 길인가. 

누구나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개인의 자유나 사생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전제가 바탕이 되는 전체주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 사생활, 권리가 보장되어 있는 사회는 누구나에게 유토피아가 될 수 없을 수도 있다. 

머릿속에 가득한 이야기들이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안도가 죽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book]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0) 2010.02.12
[book]외딴 집 - 미야베 미유키  (0) 2010.01.25
이사카 고타로 Book List  (0) 2010.01.13
메롱 - 미야베 미유키  (0) 2009.12.07
흔들리는 바위 - 미야베 미유키  (0) 200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