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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in Sweden / Germany

베를린 7일차 (2021.8.27) 본문

베를린

베를린 7일차 (2021.8.27)

양장군 2021. 8. 28. 18:27

금요일 

오전 - 메일, 메일, 메일 

  • 어제 본 아파트 4군데 중에서 첫번째로 좋았던 집은 이미 다른 지원자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2번째로 좋다고 한 집이 괜찮으면 그걸로 진행하겠다는 부동산업자의 메일이 도착했다. 그래서 바로 좋다는 의사를 전달하니, 부동산 업자는 서류를 모두 집주인에게 전달하겠다고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나서는 집주인이 오케이 하면 다음 단계로 계약서를 작성하게 될 건데, 답변은 오늘 안 오면 월요일에 올거라고 했다. 점심을 먹으러 나와 있어서 음식을 주문하면서 메일이 날아드는 통에 뭔가 정신사납게 진행이 된 것 같고,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우연히 발견한 아주 좋아 보이는 아파트가 있어서 약간 100%의 마음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일단 집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니까 숙고할 틈 없이 바로바로 메일을 보냈다. 
  • 월요일에 답변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집주인이 바로 오케이 메일을 보냈다고 해서 계약서 사인을 월요일이나 화요일쯤 진행하자고 물어왔다. 혹시나 모를 뷰잉 제안이 있을지 몰라서 가능하면 천천히 하고 싶어서 화요일 오후로 물었고, 오케이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그동안 회사에서 주선해준 익스팻 코치 서비스 연락처를 받아서 계약서 작성하는데 함께 가달라고 요청하고 싶었다. 
  • 다행히 오후가 되어 익스팻 코치 쪽에서 연락이 왔고, 이 모든 과정을 도와주는 회사 팀에서는 이미 입독한 지가 일주일이 되어 가는데도 이전에 미리 연락을 하지 않아 미안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익스팻 코치는 안멜둥에서부터 은행 계좌 오픈, 핸드폰 개통, 아파트 서치 와 계약까지 도와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모든 것들을 거의 우리 스스로 다 완료했고, 애초에 이런 연락은 입독하기 전에 이미 조율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괜찮다고 답을 하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괜찮은 기분은 아니었다. 안멜둥 하려고 사이트 리프레시를 몇번을 했는지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는 지 (나보다 오빠가), 아파트 서치도 어느 지역이 좋은 지 어떤 걸 봐야 하는 지에 대해 (물론 리서치는 그전부터 해오긴 했지만) 좀더 편한 길이 있을 수도 있었는데, 그걸 의도치 않게 받지 못해서 좀 짜증이.. ㅋ 
  • 아무튼 아파트 계약서 쓰기 전에 연락이 온 것은 그래도 괜찮은 타이밍 같았다. 익스팻 코치한테 계약서 확인도 부탁하고 (이미 우리가 하긴 했지만), 계약서 작성때도 같이 가달라고 부탁해야 하니까. 

점심 - 쌀국수 (Monsieur Vuong)  

  • 점심을 먹으며 (근처에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 갔다) 계약서 일정 잡는 메일까지 다 마무리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고보니 아침엔 어제 밤에 사온 꼬끼오 양념치킨과 간장치킨 남은 걸 먹었다. 

동네 구경 - 브란덴부르크 

  • 점심을 먹고 무엇을 할까 잠시 한숨을 돌렸으니 베를린 구경을 할까 싶어 로젠달에서 하케셔마크트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전날, 그리고 주말에 왔을 때와는 또 다르게 북적이는 분위기와 쨍하게 쬐는 해 덕분에 동네가 주는 인상이 또 새로운 것이 이 동네에 집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 싶었다. 프리드리히샤인을 갈까 하다가 멀리 가기는 귀찮아서 그보다는 좀더 가까운 브란덴부르크문을 보러 가기로 했다. M1 트램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내려서 걸어가는데 동네 구경도 하고 좋다. 이런 여유가 얼마동안 가능할 지 모르니 열심히 순간 순간을 즐겨야 할텐데, 머릿속 한 구석에는 집을 잘 선택한 것인지 다른 집에서 연락이 오면 어쩌지하는 생각들로 복잡해서 여유를 갖기가 쉽지 않았다.
  • 뭐 그렇다고 해서 날씨를 즐길 여유까지 없는 건 아니라서 정말 박력있게 멋있는 구름들 아래로 탁트인 거리를 걸어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했다. 사실 사진 찍는 거 말고, 여기서 뭘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전에 역적들과 왔을때는 비누방울 불어주는 분도 구경하고, 저녁 쯤 와서 야경 사진도 찍고 우리 사진도 찍고 노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오빠랑 오니 사진 몇번 찍자마자 가자! 하는 스타일이라... 달리 뭔가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ㅋㅋ (아 역사적인 배경이라도 찾아봐야 했나.. 나중에 하는 걸로)  
  • 브란덴부르크문을 통과해서 오른 편에 위치한 국회의사당도 스을쩍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다. 평소 하루 300 걸음도 걷지 않다가 여기 와서 하루에 만보 넘게 걷는 매일을 보내니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면 자꾸 앉게 되는데, 어떤 할머니 맞은 편에 작은 아이들이라면 2명용, 어른이라면 1.5명용 좌석이 있어 둘이 꾸겨 앉았더니 할머니가 그런 우리가 웃긴 지 웃으면서 독일어로 계속 말을 거셨다. 그 모습이 굉장히 귀여우셨는데, 당최 말을 못 알아들으니 대답을 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저녁 - 피자 (Stranero) 

  • 집에 돌아와서는 또다시 메일 전쟁을 한참 치르고 있으려니 (회사 베를린 정착 팀, 익스팻 코치 팀, hiring manager, 비자 팀 등등) 함께 일하게 될 동료가 메시지를 보내서, 9월 1일 예정이었던 시작일이 미뤄지게 되어서 (함께 화를 내주며?) 걱정을 해주었다. 비자 프로세스가 빨라서 15일에 시작을 하게 되면 그마나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나는 2주를 붕 뜨게 되는데 (뭐 그동안 집 구하고 정리하면 되긴 하지만), 월급은 누가 주니? ㅋㅋㅋ (사실 그것도 아주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예전 회사에서 마지막 샐러리가 다음 달에 나온다고 하니 ㅋㅋ) 월급도 월급이지만, 사실상 일을 정리하기 시작한 7월부터 거의 일을 손 놓고 있었어서 감을 잃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다.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 예열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걱정되었고. 아무튼 레이시와 통화를 하면서 저녁에 만나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내가 베를린 잘 정착할 수 있을까 염려가 컸던 것 같다. 원래는 호도리를 가려고 했는데, 거기는 더 많은 사람이 가는게 좋다고 다음 번으로 미루고, wedding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 메일들을 마무리하고, 후다닥 점퍼 걸쳐 입고, 전철 두개 갈아타서 동네에 도착했다. 베딩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듣지 못했는데, 어떤 인상을 확실하게 받을만큼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아서 모르겠지만, 집 찾으러 돌아다닐 때 보던 동네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다. 살다보면 집을 구하는 기준에 대한 생각이 생기겠지만 (스웨덴과 다른 점이 생각보다 많아서 좀 당황) 막연하게 지금 느껴지는 것은 정말 골목마다 블럭마다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라는 점이다. 주로 관심있게 들여다 본 프렌즐라우어버그도 길 건너면 다른 느낌, 코너 돌면 다른 느낌이라 
  • 무튼 실제로는 처음 보는 레이시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맥주 한 잔씩 시키고 피자도 하나씩 시키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을 베를린 정착기에 관해서 떠들고 있는데, 긴 머리 아저씨가 갑자기 와서 레이시에게 아는 척을 했다. 알고보니 매니저의 매니저, 팀이라고 한다. 순식간에 맥주 하나 들고 합석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다 유쾌하고 밝아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일 시작하게 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ㅋㅋ 둘다 회사에서 논의하고 있는 백 투 오피스 이슈와 관련해서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오피스에 와서 일하는 게 어떤 데이터에 근거해서 좋은 것인지, 설득이 되지 않으면 회사에 나가고 싶지 않아 하는 어투였다. 그러니까 안 나가고 각자 재택근무 하면 얼마나 좋아! 나도 스웨덴에서 일하고! ㅋ 아무튼 그런 플렉서빌리티까지는 무리인 것 같지만, 논의가 잘 마무리 돼서 많은 사람들을 납득시키고 나도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좋겠다. 정말 망할 코로나! 
  • 한참 먹고 있는데, (팀은 그 피자 자게 단골이라고 했다) 점원이 와서 원래 7시 반에는 (우리가 들어간 시간은 6시 반) 테이블을 비웠어야 한다고 했다 (점원이 온 시간은 8시). 그 레스토랑은 코로나 때문에 체크인 체크아웃 시간과 이름, 주소도 적는 곳이었다(다른 곳은 앱을 다운로드, 설치해서 체크인-아웃 시간을 스스로 등록하게 했다). 그래서 그게 코로나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게 하는 것이었는지, 아니면 유명한 곳이라 밖에 줄 선 사람들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래도 30분이나 더 수다 떨 수 있게 해준 셈이다. 팀이 'you are invited to me today' 라고 말을 해서 피자 먹고 근처에 있는 집이나 아니면 다른 바에 가서 맥주 한 잔 더 하자는 소린 줄 알았더니, 본인이 저녁을 사겠다는 의미란다. 레이시에 따르면 독일식 표현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그래서 깜놀. 이 역시 스웨덴에서 겪어 본 적 없는 일이라 ㅋㅋ 한국이라면 가능했을 것 같은 일이지만
  • 아무튼 덕분에 잘 먹고, 남은 피자도 테이크어웨이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내 지연된 시작일이 회사 일에 혹은 예정된 계획이 있다면 그에 뭔가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 지 괜스레 걱정이 들었는데 레이시와 팀을 만나고 나니, 그런 마음이 조금 덜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목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으니 저녁을 제안한 레이시에게 고마워졌다. 
  • 그보다 영어나 좀 연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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