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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in Sweden /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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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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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2022. 2. 3. 03:58

2월 2일 수요일, 잠시 날이 맑았음

어제 일찍 잠이 들어서 새벽 5시반에 일어났다. 부지런을 떨고 싶다는 마음과는 달리 늘 그렇듯이 소설로 아침을 시작했다. 

오전에는 특별한 회의가 없고, 점심 직전에 엔지니어 리드와 1:1 하나가 잡혀 있어서 느긋하게 어제 하던 일 마저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가 그러고보니 설날이었네. 한국은 오늘까지 쉰다고 하는데 좋겠다. 

스웨덴보다 독일은 빨간 날이 적은 것 같다. 스웨덴은 그래도 상반기에는 이래 저래 쉬는 날이 많아서 도대체 일을 언제 하나 싶었는데, 독일은 계속 일일일 느낌. 

점심으로 온라인 주문한 묵은지를 씻어서 볶은 다음 삶은 두부와 함께 먹었다. 묵은지가 원래 이렇게 썩은내가 나는 건가... 괜히 시켰다 싶다. 원래 이렇다고 해도 다시는 안 먹을 것 같다. 그냥 김치만 시킬걸... 담주 스웨덴 가기전까지 최대한 많이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다. 

오후에 프로덕트 리뷰 회의 들어가고, 디자인 매니저와 1:1, 새로운 팀원 환영 미팅을 하고 나니 시간이 훌쩍 갔다. 

저녁으로 곱창 전골을 먹었다. 소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국물이 너무 많아서 한번 끓어 넘쳐서 닦느라 정신 없었다. 기본 채소가 있었지만, 집에 있는 버섯이랑 양파, 두부를 더 넣어서 끓였다. 2인분인데, 꽤 많아서 내일 점심 저녁까지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와요에서 주문하는 밀키트? 반찬?은 거의 다 맛있다. 한독몰에서도 한 번 육개장, 갈비탕을 주문해서 먹어봤는데 개인적으로는 간이 다와요 음식이 더 맞았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유퀴즈 - 기록하는 사람들을 봤는데, 특히 지하철 택배하시는 할아버지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또 울컥하는 바람에 그만 보고 싶었지만, 아무튼 은퇴 직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다가 잘 안돼서 기억을 잃게 되었는데 그 이후로 기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문득 나도 언제 그렇게 과거를 들여다보고 싶은 순간이 혹은 필요한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온갖 디지털 컨텐츠에 익숙해지면서, 나에 대한 생각을 덜하게 되고, 그게 편하고 익숙해지면서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내서 고민을 하고, 고쳐 쓰고, 그 시간에 붙잡혀 있는게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어 이 블로그에도 소홀해진 게 벌써 몇년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문득 문득 찍어둔 사진을 꺼내 보면서 찍었던 순간들이 즐거워 좀더 지속적으로 일상을 남겨야겠다 하는 상반된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베를린으로 이사온 후, 조금씩이라도 하루 있었던 일을 적어보자, 별거 아니더라도, 하루가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그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사소한 일을 했는 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라는 마음으로 생각날때마다 블로그에 끄적이고 있다. 

그러다가 오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좀더 나의 하루에 관심을 갖고 일기를 써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렇다고 앞으로의 일기가 드라마틱하게 변할 일은 없지만, 적어도 아까 느꼈던 울컥했던 마음과 생각만큼은 흔적이라도 남겨서 다음에 일기를 볼 때 오늘이 기억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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