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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in Sweden / Germany

일주일 정리 본문

Story/2022

일주일 정리

양장군 2022. 5. 22. 23:13

월요일

- 여전히 감기가 애매하게 남아서 저녁으로 쌀국수 먹으러 갔다. 저번에 먹을 때는 너무 맛있었는데 국수도 쫄깃하고, 고수향도 참을만하고. 이번에는 그냥 별로 였다. 혼자 먹어서인가, 맥주를 같이 안 마셔서인가, 길거리 테이블에 앉았는데 맞은 편 테이블 놈들이 담배를 펴서 그런가. 다음에는 볶음밥만 먹어야지. 그래도 맛 없으면 그냥 영영 빠빠이


화요일

- 별 거 없이 일에 집중하고 저녁 라면 먹고 오빠가 보내준 노을 사진 보고 오일 파스텔 그림 연습했다.


수요일

- 담주 스웨덴 가니까 냉장고 정리해야겠다 싶어서 오래 전에 사둔 단무지 우엉 꺼내서 김밥 쌌다. 햇반 두개 반 썼는데 얇게 싸니까 6줄쯤 나온 것 같다. 다 싸고 나서는 유툽 오일 파스텔 튜토리얼 보면서 연습했다.

목요일

- 점심 일찍 먹고 우편물 보낼게 있어서 보내고 오는데, 그동안 내부 공사하던 리들이 드디어 문을 열어서 휴지도 사오고 오는 길에 동네 아이스크림 집에서 치즈케이크+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완전 애들 맛집인 듯 애들이 줄서 있는 곳인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치즈케이크 아스크림이 정말 맛있었다. 거의 온도가 29도쯤이라 금세 줄줄 녹아 내려서 먹기 힘들었지만 사장님도 넘나 친절하고 아이스크림도 넘나 맛있어서 좋았다. 저녁으로 남은 김밥 먹고 댄스 학원 가는 길에 목요일에 열리는 장도 슬쩍 구경했다. 예전 살던 주공 아파트 화요일 저녁마다 열리는 장 느낌이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학원에 오니까 십대로 보이는 학생들이 드글드글했다. 이렇게 수강생들이 많은가 싶었다가, 보아하니 뭔가 돌아다니면서 수업 체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목요일 선생님은 진짜 에너지가 너무 넘치고 워밍업이 빡세다. 막상 수업 들어가니 이미 힘이 다 빠져서 수업 못듣겠다 싶은데 함께 듣는 사람들을 보니 잘 따라가는 것이 부럽. 아 역시 체력이 딸린다. 수업 끝나고 돌아오는데 아직 날이 밝고 따뜻해서 좋았다. 떠다니는 민들레 꽃씨가 거의 눈 수준 그것만 없으면 더 좋을텐데. 저걸 보고 있자니 알러지 없는 사람도 바로 생길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금요일
- 왠지 빡세게 긴장했던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금요일 오후가 되니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날때 그간 못했던 일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더 집중이 안돼서 일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댄스 학원에 갔다. 원래 수업 진행하던 선생님 대신 다른 사람이 왔는데, 선곡이나 안무 속도나 너무너무 좋다. 예전에 대신 왔던 선생님은 좀 이상했는데 ㅋㅋㅋㅋ 담주부터 6월 초까지는 수업을 못 들어서 아쉽다. 스톡홀름에서도 이런 클래스를 찾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텃팅이나 스텝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아직 한 번도 못 봤다 ㅠㅜ 그러고보니 비가 엄청 왔다. 약간 한국 장마같은 느낌처럼.


토요일
- 종일 잠만 자고 소설만 봤다. 엄마랑 전화통화를 2시간 반 넘게 했다. 평생 이렇게 오래 통화해 본 건 처음이다. 종종 엄마랑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만 해도 안 그랬는데 올해가 되니까 좀더 솔직해진 기분이 들었다. 내가 엄마한테. 통화를 하고 좀 나가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지친 것인지 왠지 몸이 계속 노곤노곤해서 잠만 잤다.


일요일

- 집 정리도 하고 부지런도 좀 떨려고 했는데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니 정오쯤 되서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한잠 자고 나서 계속 머리가 아파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짐을 챙겨 근처 카페에 커피와 케이크를 먹으러 왔다. 지난 번엔 플랫 화이트를 먹었는데 그때는 그냥 그렇다 싶어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는데 향이 너무 고소하고 좋다. 맛도 약간 신맛이 있는데 마시고 나서 혀끝에 남을 정도로 시지도 쓰지도 않고 적당하게 진한 맛이 몹시 마음에 들고 함께 먹은 치즈케이크랑도 너무 잘 어울린다. 오늘은 기온이 19도쯤 돼서 너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히 좋다. 한동안 멍 때리다가 일주일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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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이야기를 하면서 살면서 내 선택에 후회를 해 본 적은 없다고 떠들어댔다.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었던 적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더불어 그렇다고 해서 내가 후회가 없을만큼 모든 선택과 행동에 최선을 다했다 라는 의미도 아니다. 원대한 꿈이나 이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소소한 욕심마저 없는 것은 아니라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 스트레스를 잘 이겨내면 다음 단계로 레벨업 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잘 피해내서 상황을 모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인데 나는 주로 후자의 경우였다. 기억에 남을 정도의 실패나 좌절같은 것이 인생에 있었던 가 하면 그렇지 않다 라고 늘 생각한다. 그게 내가 스스로를 제대로 돌아보지 않아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실제로 그런일이 없어서인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런 관점으로 봤을때 크게 후회가 되는 일이 없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냥 어쨌든 내가 한 선택에 나름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하루 하루를 살아가기 위해서. 밤마다 왠지 모를 스트레스로 울며 잠든 적도 있고,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아서 매일 매일 술을 마시고 생각을 잠그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도 있지만, 지나고나니 그랬구나 싶다. 힘들었던 건 사실이고, 계속 힘들기도 하지만 지나면 괜찮아질 날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렇게 살아온 것치고 현재가 과거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나빠지지 않으니 그런 점에서 만족하고 있다.
가끔 내가 특별한 삶을 꿈꿔본적이 있는가 생각해 보지만 그냥 평범한 안정적인 삶을 바라왔다 라는 결론이 더 자주 온다. 큰 사건 사고 없이(아직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사는 것. 어떻게 보면 잘 회피해서 그게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고. (내 몸이 그런 스트레스나 몸의 질병에 나름 예민해섴ㅋ)
계속해서 평범하게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가 많지만, 그 스트레스들을 가끔은 아주 가끔씩은 이겨내고 뿌듯한 기분을 가질 때도 있으니까 적당한 비율로 회피+극복의 태도를 유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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