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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장군 in Sweden / Germany

자궁경부암 검사 본문

Everyday Sweden/살아남기 Survival in Sweden

자궁경부암 검사

양장군 2011. 11. 8. 17:49
자궁경부암 검사

우편물이 도착했다.

스웨덴 우편물, 특히 병원 우편물은 왠지 광고지 같은 느낌이라... 
(글은 몰라도 폰트가 주는 느낌이)
이거슨 광고 메일! 하면서도 구글 번역기에 일일이 치면서 돌려보고 있는데..

옴마나!!
내가 이 나라에 도착하고 주민으로 등록했다고 이 나라의 선진 복지 맛을 보여주겠다는 속셈으로(?) 보내 온 '자궁경부암 검사' 메일이 아니겠는가.
뭐, 한국에서도 건강보험가입자면 30살 이후에 날아오긴 한다.. ㅋㅋ 받기는 했지만 가지도 않고 왔지 나는.. ㅋㅋ
대충 돌려 본 번역으로는 21일에 자궁경부암 예방 또는 검진을 위해 세포 검사를 할 예정이니 여러 가지 주의사항 블라 블라를 읽고 조심해서 어디 어디 병원으로 오라는 것이다.

세포 검사라니... 이건 또 뭥미...
ㅎㄷ;; 일단 기본적으로 병원은 싫고, 산부인과는 더더 싫은데 남의 나라에 와서 말도 안 통하는 의사에게 이런 검사를 받으라니... 흑... (물론 영어로 이야기하게 되긴 하겠지만 쉴쉴 웃으며 땀 삐질 흘리고 있겠지; 내가 듣고 있는 내용이 내가 듣는 내용이 맞는 지 머리 굴리면서 ㅋㅋ)

21일이면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시점이라 어떻게 할 지 고민해 봐야겠지만, 쨌든 내 몸에 나쁜 검사는 아닐테니 가는 게 맞을 듯 하다. 다녀와서 후기를.... 

우편물 내용
 
다녀 온 후기
휴우 아침부터 지쳤어..
예약된 시간은 아침 9시라 학교에 가는 대신에 어제보다 느즈막히 일어나 늑장을 부리다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은 집에서 제일 가까운 역에서 2정거장, 걸어갈 만한 거리도 됐지만 요새 늘 축축한 스톡홀름 날씨가 쌀쌀하게 느껴져 툰넬바나를 탔다. 오빠와 함께~ 

Gullmarsplan역에서 오빠는 계속 태워 보내고, 나는 내려서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았다. 구글 맵 지도로 검색해서 방향을 찾고 나가는데도 조금 헤맸다능... 출구를 뒤에 두고 오른쪽과 앞쪽에 있는 출구만 살피느라 다른 곳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ㅋㅋ 굴마쉬플란 역은 우리 동네보다 훨씬 복작거리고 사람들도 많았다. 버스도 많이 다니고, 툰네바나도 많이 움직이는 것이 나름 교통의 중심지 중 하나인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밖으로 나가니 버스들이 주르륵, 우리 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교통 체증이!!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아 보인다)


Johanneshovägen 방향으로 나와 좌측으로 가다가 헴샵이 보이면 왼쪽으로 난 광장쪽으로 쭉 따라간다. 그러다가 SwedBank가 보이면 목적지 부근인데, 맵에 넣은 주소대로라면 내가 찾는 곳은 SwedBank이다. ㅋㅋ 그런데 도무지 앞뒤좌우상하를 살펴봐도 내가 받은 우편물에 적힌 이름은 그 어디에도 쓰여있지 않은 것이다.

좌절.. ㅠ_ㅠ 스트리트 뷰라도 보고 올걸... 날은 춥고 아이퐁을 꺼내들고 다니는 것도(오늘은 왠일로 장갑도 안 끼고 나옴) 손이 시려워서 얼릉 찾아서 들어가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시 헴샵근처까지 나갔다가 큰 길가로 나갔다가 아닌 것 같아서 돌아오던 도중, 중대한 결심을 하고 지나가는 행인 1(애견 산책 중)에게 물어보았다(웬만해선 길 같은 것 절대 안 물어보는 성격... ㅋㅋ 오빠는 물어보고 바로 해결하는 타입이지만 나는 죽어도 내가 찾고 싶어하는 타입). 나이 지긋하신 할머님이셨는데 영어로 물어보는 내게 아무런 거리낌없이 짧게 설명해주신다. 정면 좌측으로 보이는 건물 저 끝이라고... ㅋㅋ


아놔.... 또 눈 앞에 두고 헤맨 것이다. ㅠ_ㅠ 아 진짜... 왠지 그 건물이 좀 눈에 밟히는게 수상쩍더라니...(늘 경험하는 결과론적 직관... ㅋ) 그제서야 우편물에 적힌 병원 이름이 적힌 사인이 눈에 보이고, 너무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병원으로 직행하였다. 이럴 때 정말 부끄러워.. 눈 앞에 두고 찾고 있을 때... ㅋㅋ 


무튼 그렇게 찾아 헤맨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서자(근데 솔직히 건물 구석에 이렇게 문 있는 거 좀 서운하지 않은가. 잘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외국인 백수에게만 그리 보이는 건가.. ㅋㅋ) 또 난관이... 아 도대체 왜 여기는 제대로 된 안내 표지판 같은 것도 없냐고요... 아놔.. SFI 센터에 첨 도착했을 때의 그 기분.. 
 

정면에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왼쪽에는 굳게 닫힌 문, 오른쪽으로는 나선형 계단이 있는데 층별로 뭐가 뭐인지 전혀 안 적혀 있어... 단지 한 층 위로 올라가라는 종이 쪼가리 한 장.. 게다가 우편물에도 번지만 나와 있고 몇 층으로 오라는 이야기도 없어.. 아흑.. 왼쪽 문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손잡이를 돌렸는데 돌아가지도 않는다.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위에서 누군가 또각또각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몇몇 여성분들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그럼 저 위인가 하는 마음으로 슬금슬금 올라갔더니 2층도 아니네, 또 슬금슬금 올라갔더니 드디어 3층 여기가 내가 찾던 곳이로구나.. ㅠ_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기다리고 있는 여성분 2명이 있고, 데스크는 물론 안내해주는 간호사 언니도 전혀 없이 번호표 기계가 가운데에 떡하니 놓여 있었다. 슬쩍 눈치를 보고(남의 나라 와서 느는 건 눈치뿐 ㅋㅋ) 번호표를 뽑고 여유있는 척 소파에 앉아 온 몸의 털과 촉각을 바짝 세우고 긴장하고 있었다. ㅋ 


저기 호루라기 모양으로 생긴 빨간 놈이 번호표 기계
 


도착한 시각은 8시 50분 정도였는데, 많은 여성 고객? 환자? 손님? 예비 산모? 산모? 일반인? 들이 오가고 있었다. 갑자기 옆으로 새는 이야기인 것 같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참 부지런한 것 같다. 물론 우리나라만큼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은 곳도 없기는 하겠지만, 스웨덴에서는 업무를 8시에 시작하는 곳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내가 다녀온 이 병원도 8시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오빠는 1월부터 동물 트레이닝 수업을 받아야 하는데 그 수업 역시 8시에 시작한다고 한다. 무슨 대학원생도 아닌 박사 후 과정에게 수업을 들으라는 것도 재밌지만, 그 수업이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니.. 고등학교도 아니고... 그리고 나도 학교를 8시까지 가야 하는구나!! ㅋㅋ 또 우리 아파트 옆에 있는 어린이 집도 8시면 이미 많은 아기들이 와서 선생님들과 놀고 있다. 어쨌거나 가는 사람이야 8시까지 가면 된다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그보다 일찍 와서 준비를 할테니 초큼 부지런한 사람들이지 않겠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스웨덴은 가을 겨울에 해가 일찍 지는 나라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3시, 4시면 아기 있는 사람들은 아기 찾으러(가 아니라 데리러) 가고 일찍 일찍 집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야 시간 내에 일을 다 하지.. 
 

무튼! 예정한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고 예상한 것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 2명 정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내고나서야 내 차례가 되어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음 오빠 말로는 다 의사선생님은 아닐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잘 모르겠고 ㅋ 무튼 번호를 불러서 주섬주섬 챙겨서 달려갔더니 웃으며 맞아주고, 악수를 건넨다. 나야 처음이라 그렇게 인사를 하게 됐지만 임산부를 보니 담당 선생님과 즐겁게 안부를 물으며 인사하고 진료실로 이동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담당 의사가 직접 담당 환자(?)를 데리러오는 시스템이라니... 흔히 티비에서 보는 딱딱하고 차가운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아니라 마음을 주고 받는 사람관계 같은 느낌이었다(요새 브레인을 보고 있음 ㅋ).

나를 한 진료실로 데리고 간 의사는 내가 뭘 받을 건지 설명해주고(대충 인터넷에서 찾아봤기 때문에 못 알아들어도 알아 듣는척.. ㅋㅋ), 보내 준 우편물에 내가 적어오지 않은 내용들을 물어보며 적고, 이런 진료는 처음인지 물어봐주면서 무서워할 것 없다고 잘 달래주었다.
여자 의사라 무척 다행이었고,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더욱 다행이었다. 정말 태어나서 산부인과 종류의 병원에는 처음 와봤는데 다시 오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여기 쌤은 친절해서 좋구나. 



(검사를 마치니 어둡고 축축한 이 길도 왠지 상쾌하게 느껴져.. ㅋㅋ)
 

짧게 검사를 마치고 2-6주 후에 검사 결과를 보내준다고 집에서 기다리란다. 알겠다고 하고 또 주섬주섬 짐을 챙겨서  나왔다. 병원에 온지 20분도 안돼서 다 끝나 버렸네.. 렘사 쿠폰 도장 찍은 지 1시간도 안됐고, 지금이라도 학교 가면 2시간 넘게 공부할 수 있지만 왠지 낯선 경험에 지쳐버렸다는 핑계로 헴샵에 들러 빵과 씨리얼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후아.. 뭔가 또 하나 해치운 기분이야... ㅋㅋ 조금 만족스럽기도 하고 졸리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