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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골든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양장군 2010. 11. 15. 15:30
골든슬럼버

저자: 이사카 코타로
역자: 김소영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1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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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TV에서 영화로 제작된 골든슬럼버에 대해 소개해 준 적이 있어서 대략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책을 읽게 되었다.
명랑한 갱 시리즈로 처음 이사카 코타로를 알게 되고, 미야베 미유키 이후로 국내 출판된 책들은 모두 읽기 위해 가능한 책들은 빌리고, 가능한 책들은 구입하기도 하는 중이다. 그 중 쥐마O에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게 책을 판매하여 '골든슬럼버'와 '사막'을 구입.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읽는 동안은 저자의 사고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지극히 공감하고 동의하게 만들고, 읽고 나서는 마음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아련한(?) 여운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갖고 있다. 
명랑한 갱 시리즈는 그저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하지만,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나 오듀본의 기도는 특별히 따스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하트가 뎁혀지는 느낌이 든다. 또 이사카 코타로의 책이 즐거운 이유는 여러 편을 통해서 이미 등장했던 인물이 사건의 중심에 다시 나타난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튼 이러한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슬럼버는 2008년 일본 서점대상과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했다고 한다(그런다고 한들 나는 어떠한 권위가 있는지는 알 수는 없다). 


아오야키 마사하루라는 성실한 택배회사 직원이 일본 총리의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일어나는 3일 간의 이야기인데,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다가 누명을 쓰게 되었는지, 어떻게 도망가게 되는지, 어떻게 해결하게 되는 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네트워크와 감시가 가득한 사회 속에서 한 사람을 범인으로 만드는 것이 얼마나 쉬운 것이며, 그속에서 개인이 거대한 권력에 맞서 자신이 믿고 있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당사자마저도 세상이 말하는 사실과 거짓에 함락당할 수 있다는 것, 그렇지만 나를 믿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일 것이다.

거대한 권력, 그것도 실체를 알 수 없는 힘의 존재와 대결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리고 어리석은 일일까.
그렇지만 아오야기처럼 나도 모르는 새에 그 힘과 맞서야 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괴롭고 어려운 일일까.
맞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벅찰 것인데, 친구의 죽음과 주변의 가족, 친구들에게도 괴로운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저 인생을 포기하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압력을 이미 가지고 있지 않는가.

그렇지만 이사카 코타로는 그 나를 둘러싼 주변의 사람들이 보이는 믿음과 도움을 말하고자 한다.
과연 이런 부모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직하게 날 믿어주는 아버지와 어머니
연락을 끊고 살았지만, 과거의 습관과 추억으로 날 믿어주는 친구들과 후배
함께 일했던 동료들

사람이란 곧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 가에 대해서도 슬며시 충고해주는 기분이 든다.

"그래, 너희, 내기할래? 내 아들이 진짜 범인인지 아닌지 내기할래?"
"이름도 못 밝히는 너희 정의의 사도들, 정말로 마사하루가 범인이라고 믿는다면 걸어봐. 돈이 아니야, 뭐든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걸라고. 너희는 지금 그만한 짓을 하고 있으니까.
우리 인생을 기세만으로 뭉개버릴 작정 아니야? 잘 들어, 이게 네놈들 일이란 건 인정하지. 일이란 그런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일이 남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면 그만한 각오는 있어야지. 버스기사도, 빌딩 건축가도, 요리사도 말이야. 다들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가며 한다고. 왜냐하면 남의 인생이 걸려 있으니까. 각오를 하란 말이다"

눈물이 왈칵, 감동이 밀려왔던 문장이다.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뚜렷한 인생에 대한 주관이 보여서

쌩뚱맞지만, 그리고 이 문장들을 보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기자들이 꼭 한 번 봐야할 내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사하루, 잽싸게 쪼르르 도망쳐."
맞설 수 없다면 도망쳐야 한다.
아버지의 이 한 마디는 마사하루가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의지가 되어준 것이 아닐까.

"치한은 죽어라"
이사카 코타로다운 방식이라 좋다.
아오야기의 존재를 아오야기를 잘 아는 사람에게만 알릴 수 있는 문장


진실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계속해서 힘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음모론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은 음모론이 지니고 있는 호기심과 약간은 악의적인 해석 때문이라기 보다
이를테면 나생문(라쇼몽) 때문인 것 같다.
한 가지의 사건, 한 가지의 일을 가지고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한다.
다르게 해석을 하고, 다른 경험을 했다고 믿고, 다른 말을 하게 된다.

그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가 있거나 없더라도
각각의 말에는 나름의 합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사건에도 그 이면에는 다른 이유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진실은 당사자만 알고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 진실도 과연 객관적인 진실일까?
이 세상에 정말로 객관적인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덧.
번역이 참 좋았다.
깔끔한 번역은 물론, 적절한 표현을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찾아 써주는 역자의 쎈쓰가 인상적이었다.
ex) 데데하다, 비긋다 등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