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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트렌드]휠체어와 정보화사업

양장군 2008. 6. 5. 10:47
 향후 정보통신기술은 그 자체보다는 다른 기술 및 산업과 융합돼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많은 제품에서 정보통신기술이 접목돼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오늘날의 자동차에는 내비게이션 기능을 비롯한 많은 정보통신 응용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고급차는 전기·전자 및 정보통신기술이 전체 부가가치의 약 70%를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기술이 거의 접목되지 않고 있는 분야도 있다. 그중 하나가 장애인 보조기구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보조기구인 휠체어를 보자. 인터넷에서 장애인 보조기구를 판매하는 사이트를 두루 살펴봐도 전동 휠체어 정도가 이 분야에서는 아직도 선두 제품이다. 1000만원이 넘는 제품도 수입제품도 다 마찬가지다. 좀 더 스마트한 휠체어가 나올 법도 한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이제 상상력을 동원해서 차세대 휠체어의 모습을 그려보자. 우선 차세대 휠체어는 양방향 대화 기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주인과 대화해 주인이 원하는 곳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자동항법장치 같은 기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이동 중에 만나게 되는 장애인 편의시설과 대화가 가능해, 예컨대 장애인용 리프트를 자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기 간 무선통신기능을 갖추게 되면 장애인에게 이음새 없는 이동성(seamless mobility)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휠체어가 주인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점검해 위급할 때는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연락하는 기능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휠체어가 이 정도 되면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로봇 중에서도 똑똑한 축에 들 것이다. 오는 2040년께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이 휠체어 로봇에 적용되면 휠체어는 주인의 마음을 읽어 일도 알아서 척척 하는, 사람과 기계가 융합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이제 다시 우리의 현실로 돌아와 보자. 국내에서 생산되는 장애인 보조기구는 휠체어 외에는 별로 없다. 사실 국내 장애인 보조기구 시장은 약 4577억원(2005년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양한 보조기구 시장이 형성되기에는 소비자의 구매력이 취약하다. 그러나 장애인 보조기구에는 국적이 없으므로 세계시장은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다. 미국만 해도 약 553억달러(2001년 기준) 규모의 보조기구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면 충분한 사업성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시장을 선도할 만한 우수한 제품을 만들 수 있는지다.

 우리는 여기서 다시 앞에서 상상했던 것을 분석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휠체어에 대화 기능을 부여한다는 것은 휠체어와 정보통신기술의 접목이다. 그러나 이 접목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휠체어뿐만 아니라 휠체어의 대화 상대인 주변의 장애인 편의시설에도 대화 기능이 부여돼야 한다. 각종 자동화 장치도 함께 갖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즉 휠체어의 정보화와 함께 각종 장애인 관련 인프라의 정보화와 자동화가 이루어지면서 지능형교통시스템(ITS)·RFID/USN을 비롯한 사회 전반에 걸친 정보화 인프라들과 함께 연계돼야 한다.

 이처럼 차세대 휠체어를 구현하는 일은 사실 대규모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는 일에 버금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의 정보화 경험을 살려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시범사업부터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간다면 성공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사업이 성공한다면 장애인의 복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장애인 보조기구 시장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보다 더 큰 이득은 차세대 휠체어를 앞세워 세계 각국의 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사업을 통해 축적된 로봇기술은 여러 산업분야에서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다.

◆손상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sonnsye@kis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