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day Sweden

SFI 학교 크리스마스 방학과 김밥

양장군 2011. 12. 21. 00:31

스웨덴에서는 크리스마스라는 것은 꽤나 씐나는 일인 것 같다.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가장 큰 명절이랄까.
지내는 형태를 보면 우리나라의 설날과 비슷한 느낌이다.
우리나라에서 크리스마스는 외국에서 들어온 씐나게 노는 날의 느낌이 강하다면(물론 종교적인 성격은 배제하고), 이 곳에서는 가족들이 다같이 모여 선물을 주고 받으며 시간을 보내는 날의 의미가 크다.
그래서 거리에는 갈 곳 없는 우리같은 외국인들이나 젊고 술 마신 아이들이 가끔 지나다니고,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구정 때면 길거리에 해외에서 온 근로자들이 갈 곳 없이 배회하고 외로워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ㅋㅋ)

무튼 그렇게 큰 의미의 명절인지라 지금 다니고 있는 스웨덴어 가르쳐주는 학교도 23일부터는 2주일 정도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간다.
겨울 밤이 길어서인지, 추위가 매서운 까닭인지 많은 회사들도 크리스마스 휴가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반 아이들도 2주 동안 가족들과 함께 고향에 갔다 온다던지 하는 모양이다. ㅠ_ㅠ 나도 가고 싶어.. 흑.... 방학하기 전부터 이미 고향으로 고고씽 한 아이들도 많고 해서 수업 분위기는 전혀 나지 않지만 어쩄든 2주 씩이나 놀게 해주니까 씐난다. 꺄아 >ㅅ<
게다가 그동안 아침 일찍 일어난다고 부지런 떨었던 시간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아서... ㅎㅎㅎㅎ 
(마음놓고 게으름 피워도 되니까 ㅋㅋ)
 

무튼 그래서 크리스마스도 축하하고, 방학도(?) 축하하려는 의미인지 수업 마지막 날 파티가 있었다. 각자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먹고 마시며(알콜은 안 됨 ㅋㅋ) 담소를 나누는 정도의 파티라고 생각했다.
뭐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요것도 파티라고 나름 이벤트가 있었다능... ㅋㅋ 

SFI 학교에는 오전 반, 오후 반, 저녁 반 수업이 있는데 보통 본인들의 스케쥴이나 선호에 따라 시간을 정해서 수업을 듣는다. 처음 등록하고 인트로덕션 2주 후에 결정하게 되는데 한 번 정하게 되면 그룹이 정해지는 것이라 반을 옮기려면 데스크에 이야기 해서 아예 바꿔야지, 오늘은 오전 반 내일은 오후 반 가고 싶은 대로 가서 듣는 것이 아니다.
오전 반은 아침 8시부터 12시까지 수업이 이뤄지고, 오후 반은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저녁 반은 일주일에 2번(월, 수 반을 듣거나 화, 목 반을 듣거나 선택하는데 전에 함께 인트로덕션을 들었던 중국 아이는 저녁반 수업을 모두 듣겠다고.. 엄청 힘들다던데... )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수업이 있는 것 같다(9시까지가 맞나? ㅋㅋ).

오전 반 오후 반이 나눠지고 나서는 중간에 1시간이 비기 때문에 한 번도 오후반 수업을 듣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었는데, 마지막 날 파티를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중간 타임으로 잡아서 오후 반 사람들을 처음 볼 수 있었다.
10시까지 오는 사람들을 몇 명씩 묶어서 그룹으로 정해주고 학교 건물(이라기엔 그냥 오피스 같은... ㅋㅋ) 전체를 돌아다니며 벽에다가 붙여 놓은 질문에 맞는 답을 찾아오는 이벤트성 퀴즈 순례를 시킨다. 이게 뭔소린가, 가자마자 음식 풀어놓고 다같이 먹고 헤어지는 거 아니었나? 라고 크게 기대했던 내 생각은 와르르 무너지고 처음 보는 아이들을 쫄래쫄래 쫓아다니면서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ㅎㄷ;;; 뭥미... ㅋㅋ 게다가 그냥 퀴즈도 쉬운 내용이 아니라 "Sverige"라는 노래를 부른 가수가 누구인지 맞추라는 지극히 로컬지향적인 문제들 위주라... 내가 아는 스웨덴 가수는 그저 '아바'가 다이니, 답은 아바가 아니겠는감? 했다가.. 생각해보니 아바 노래 중에 그런 곡이 있었나 싶어서... ㅋㅋ 그냥 포기... 다른 아이들이 알아서 답을 찾는 데 그냥 팔로우만 하기로 했다. ㅋㅋ

뭐랄까 그런 나름 비생산적인(?) 시간을 적당히 보내고, 해답풀이를 하고 나서 12시쯤 되니 드디어 상을 차리자고!! ㅋㅋ
전날 선생님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오라고 해서 무얼 준비할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도시락으로 싸오기 제일 괜찮을 것 같은 김밥을, 새벽부터 일어나서 준비한 김밥을, 씐나게 셋팅!! 하였다. ㅎㅎ 

나름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한 우리나라 음식... ㅋㅋ 
분명 아이들이 '오오 이것은 스시가 아닌가?!! 난 이게 스시라는 것을 알아!!' 라고 말할 것을 알았기에
(역시 꺼내놓자마자 오오 스시, 스시, 스시 이렇게 수군대는 소리를 들음.. ㅋㅋ) 세팅을 하면서 '이것은 스시가 아니다, 이건 절대로 스시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 음식이며, 김밥이다!!' 라고 몇 번씩 이야기를 해주었다.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어서 좋았다 >ㅅ< 부끄러워서 아이들 사진은 못 찍음 ㅋㅋ)


그러나.... 

김밥은 역시 힘든 발음인 것 같다. 결국 이게 일본식 스시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많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알았지만.... 
부르기 편한 대로 여기저기서 스시라고 하는 것이 계속 귀에 거슬렸다(아니 뭐 나쁜 의미로 거슬렸다는 게 아니라.. ㅋㅋ).
스시는 식초를 쓰기 때문에 스시지만, 우리는 식초를 쓰지 않는다. 그래서 이건 스시가 아니다. 라고 여러 번 설명해도... 역시 어려운 발음은 넘기 힘든 장벽.. ㅠ_ㅠ(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바꿔달랠까 하는 진지한 고민도 속으로 해봤다 진짜.. ㅋㅋ)

그래도 나름 뿌듯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김밥을 맛있게 먹어줬다는 것.
포르투갈에서 온 오후 반 언니 같은 아줌니는 본인은 원래 스시를 잘 안 먹는데, 요건 맛있네 라면서 맛있다고 칭찬해주었고, 인트로덕션에 있는 미국에서 온 에이블(able) 형님은 맛있다고 계속 칭찬해주면서 한 4-5번쯤 가져다가 먹었다. 그러면서 만드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ㅋㅋ 물론 언제든지 시간이 된다면 알려줄게 했지만 과연 다음에 다시 또 볼 수 있을까....? ㅋㅋ 


한 가지 내게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채식주의자들이 많아서(계란이나 물고기도 먹지 않는) 그런 취향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그냥 하던 대로 햄 넣고, 계란 넣고, 맛살이 비린내 나서 대신 참치 넣고 속을 채우는 바람에 같은 반 친구는 먹어보지를 못했다. 사실 베지테리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긴 했었지만, 김밥에서 햄 빠지고 계란 빠지면 무슨 맛일까 싶은 생각이 싶어서... 그냥 솔직히 좀 패스한 경향이... ㅋㅋ 근데 막상 관심 갖는 친구가 먹지 못하는 것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이 나의 섬세하지 못했던 사고방식이 안타까웠다. ㅋㅋ 

어쨌든 먹는 동안 별로 스웨덴어를 잘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특별한 주제가 없어 김밥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줘서 굉장히 기쁘고 고맙고 뿌듯하고, 그래서 언젠가는 한국 음식을 열심히 연마해서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들 위주로 상을 한 번 차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에서 온 여자 사람도 스톡홀름 어디에서 한국 음식을 먹어볼 수 있냐고 물어보기에 기회가 된다면 내가 차려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무척 좋아했다. 문제는 다음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지만.... ㅋㅋ 

마지막 날이라 학교 전체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고 괜찮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내년에 또 오라고 한다면 어떨지... ㅋㅋ

클라우디아와 함께 나오면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는데 선생님 중 엘리자베스(외국어에 무척 관심 많은 듯)는 헤이도가 한국어로 무엇이냐고 물어봐서 그때의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를 말해버리고 말았다. ㅋㅋ 그랬더니 너무 길어서 곤란해 하는 모습... 그래서 '잘가'로 바꿔 말해줬더니 다같이 '잘가', '잘가' 하는 상황이... ㅋㅋ(그냥 안녕으로 했으면 됐을 것을.... ㅋㅋ 이놈의 순발력...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