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I와 SAS
이제 곧 SAS Grundläggande를 마치게 된다.쳤다.
확실하게 betyg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선생님 말씀으로는 크게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하시니 다음 주가 지나면 여름 인텐시브 코스로 SAS 1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Klara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님.. ㅋㅋ 베튀그삼탈(betygsamtal) 하고나서 또 좌절.. ㅋ
스웨덴어 수업을 들으면서 나의 스웨덴어는 과연 나아지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꾸준히 품어왔는데, 꾸준히 모르겠다.
가르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하고 핑계를 댈 요량으로 이유를 찾아보지만, 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다른 것도 아니고, 특히 언어를 배우는데 하루 3시간, 그것도 쉬는 시간 빼고 일찍 끝나는 시간 빼면 2시간 남짓한 시간만을 공부하고 그 이상의 노력 없이 잘 하기를 바라고 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끊임없이 불평하는 것은 지지부진한 발전 속도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감 없음을 감추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러고 싶지 않지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서 위축되는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어느 정도 떨어지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어를 "하는" 것은 이렇게도 센스가 없을까 싶을 정도로 떨어지는 것 같다.
좀더 나 자신을 분석해보자면 응용 문제가 나오면 겁부터 먹는 학창시절의 공부습관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
배운 것을 배운 그 틀 안에서만 문제 풀이로만 익히고 있으니, 실제로 써먹을 방법을 모르는 것이 나의 큰 문제점이 아닐까 싶다.
(이 경우엔 사실 모른다기 보다 의지와 실천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뭐 또 구차하게 변명하자면, 자신감이 없기 때문인데
그걸 한 번 더 핑계삼자면, 나뿐만 아니라 다수의 동양인들이 갖고 있는 '남들에게 창피해 보이기 싫음' 즉,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이건 문화적으로 타고난 우월한(?) 유전자 아니겠는가 하는 것이다(성급하고 포괄적인 무식한 일반화라 너무 조잡하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음 ㅋ)
어쨌든 이제 초등(?) 과정을 마무리 짓는 단계에서 그간 학습한 스웨덴어와 학교, 선생님들, 수업에 대해서 기억하는 차원으로 남겨두고 싶다. 기억이란 날조되고, 추억이란 미화되기 마련이라 이미 상당히 미화가 진행된 상태겠지만, 다름 아닌 언어와 공부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날조는 없을 것이라 자신한다. ㅋㅋ
처음 스웨덴에 와서 스웨덴어를 시작한 것은 2011년 11월 7일,
그 날짜는 왜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뭐 10년이 흐른 것도 아니고 15년이 흐른 것도 아니니 당연할 지 모르겠지만... ㅎㅎ
스웨덴에 오기 전 여기저기 찾은 정보들의 취합으로는 스웨덴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고 수순이었으며(일하지 않는 외국인 백수 및 1년 이상의 비자를 소지한 사람, 일자리를 획득한 사람의 배우자 ㅋ) 운이 좋으면 보너스를 획득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그런 좋은 기회는 아무나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이니, 당연히 운 좋게 첫 스웨덴어를 마쳤더라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음을 알고 슬퍼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SFI를 시작했다. 첨 SFI Centrum에 가면 테스트를 하거나 뭐한다고 하던데.. 그런 것 없이 그냥 스웨덴어 전혀 모른다고 하고 우리나라에서의 학력 정도를 확인한 후 거침없이 레벨을 배정해줬다. 보통의 대학교 수준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면(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대학교 수준의 학력이 보통이 되어버렸으니... ;;;) C라는 레벨을 받게 된다. 그리고나서 여러 학교 중에서 살고 있는 집 가까이에 있는 학교를 추천해주는데, 처음 도착했을 때는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그냥 알려주는 대로 다니겠다고 한 것이 Lernia Globen.
집에서 걸어서는 2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이고, 툰넬바나로 1정거장일 뿐인데.. 기어코 전철타고 다녔다.. ㅋㅋㅋ 애니웨이~
나중에 알고보니 SFI를 가르치는 학교는 다양하게 많았고, Lernia 등은 일종의 뭐라고 해야 할까.. 정부에서 지정한 교육기관이라고 해도 될까나? 일반 건물에 레르니아라는 이름을 달고, 스웨덴어나 직업 교육 등을 다루고 있었다. 또 글로벤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Kista, Liljeholmen에도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 식으로 치자면 정부에서 지정한 학원 체인이 3군데의 지점을 갖고, 각각 진행하는 수업 커리큘럼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또 내가 갔던 학교는 나름 괜찮은 학교였던 것 같다. 그렇지 않은 학교도, 선생님도 많다고 하니.. 친구 중 한 명은 Skärholmen에서부터 수업을 들으러 왔다. 다른 친구 누군가가 좋은 학교라고 추천해줬다고..
어쨌든 교육기관이 내가 기대했던 일반 학교에서의 수업이 아니었던 것이다(사실 이걸 예상했다는 것도 내가 참 멍청하지 싶긴 하지만서도 ㅋㅋ). 물론 학교 건물에서 학교를 끼고 진행하는 곳도 있다.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Åsö 학교의 경우, 초등학교, 고등학교, 성인학교가 다함께 모여 있으니..
그러한 이유로 SFI 학교는 학교마다 제 나름대로의 커리큘럼과 진행 방향이 있는 것 같았다.
레르니아 글로벤(Lernia Globen)의 경우 처음 학교에 들어오면 2주동안의 인트로덕션 과정을 거치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레벨을 나눠서 C반과 D반으로 각각 보내는 기간을 갖는다. 알파벳부터 가르쳐주지는 않지만 초반이기 때문에 영어를 섞어서 설명해주거나 천천히 가르쳐주려는 노력은 그나마 하는 것 같다. ㅋㅋ 이 시기에 기본적으로 공부하기 위한 도서관 방문이나 서점 방문 등을 미션처럼 내주기도 하고
2주가 끝나면 반 배정이 이뤄지는데,
글로벤의 경우 C 레벨은 다시 C ett와 C plus로 나눠졌다. C의 초급반과 C의 심화반이랄까.. 초급반은 나같은 애들이 바로 들어가는 곳이고, 심화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할 줄 아는 애들이 들어가는 곳이었다. 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정말 선생님이랑 농담따먹기 하면서 졸업해도 되겠다 라는 이야기까지 들은 애는 바로 D로 직행! D 레벨은 SFI의 마지막이며, 내셔널푸르브(National prov: 국립시험)를 보고 마칠 수 있는 단계이다.
처음 만난 초급반 선생님 이름은 반야(Vanja),
나중에 만나게 된 한국 언니들이나 친구들 이야기로는 Folkuniversitet에는 선생님들이 다 스벤스카(스웨덴 사람)라고 하더만, 글로벤에서는 알고 있는 쌤들 중 한 사람 빼고는 모두 인반드라(이민자)라 으레 그러려니 했었다.
즉, 반야도 폴란드? 였던가 출신의 인반드라였고 좀 까칠해보이는 인상은 있었지만 시원시원하고 호탕한 말투가 나쁘지 않은 선생님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가끔 문법 교재와 다른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초급반 수업을 나쁘지 않게 마무리한 것 같았다.
그리고나서 올라가게 된 심화반 선생님 이름은 잉엘라(Ingela)
특히 미국이나 서양 아이들은 이 '잉~' 발음이 안돼서 잉겔라 잉겔라 해서 허구헌날 코 한쪽 막고 잉~~ 발음 고쳐주곤 했다. 정작 내 이름은 제대로 발음도 못했지만서도.. ㅋㅋ 어쨌든 처음 c plus 올라왔을 때는 초급반에서 좀 들리게 된 것 같아서 들떠 있었는데, 잉엘라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내 귀는 다시 틀어막힌 듯이 멍해지는 순간을 맞게 되었다. 반야가 그리워졌었지... ㅋㅋ 말이 좀더 빨라지고 모르는 어휘들이 더 많아지게 된 것이다. 그래서 처음 2주는 적응하느라 좀 힘들었던 것 같은... 기억이... ㅋㅋ
어쨌든 이 선생님도 인반드라로 기억한다. 그런데 나름 차별을 좀 할 줄 아시는 분이었고, 썩 가르치는 방식이 아이들과 맞지 않았었는지 많은 아이들이 잉엘라를 상당히 싫어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다른 학교로 갔는지 어쨌는지 결국 그 학교에서는 나가셨다고... 나쁜 사람은 아니었지만 호불호가 눈에 보이는 타입의 선생님.. ㅋㅋ
아이들이 많았던 까닭도 있었지만 D반으로 올라가는 렙업 대상 명단(시험을 쳐서 올라가는데 시험 대상자 명단을 정해서 게시판에 붙여놓는다)을 정할 때도 수업 시간에 이야기 하는 애들로만 이름을 채웠다가 시험 전 테스트를 본 후에 대거 교체하는 시련을 주기도, 겪기도 하였다. 나같은 경우는 당연히 수업시간에 합죽이로 있는 타입이라 선생님 눈에 띌리도 없고, 개인 면담따위 하지도 않으니 어떤 수준인지 모를테고 말 잘하는 아이들이라도 읽기, 쓰기가 부족한 아이들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은 그 분의 역량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 결국 명단에 올랐다가 이름이 삭제된 아이는 크게 화를 내며 학교를 바꿨다.
말도많고 탈도 많았던 잉엘라와 헤어지고 D반에 올라서 만나게 된 프레드릭(Fredrik)
꽤 스웨덴 사람처럼 생겼다고 생각했지만, 이 선생님 역시 독일 출신.. ㅎㅎㅎ 어릴 때 이민을 온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다 이민자였다. 뭐 스웨덴이 워낙 이민 정책이 오픈되어 있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선생님이었다. ㅋㅋ
얌전하고 여성스러운 타입의 선생님(물론 남자, 매번 달라지는 매니큐어가 인상적이었음). 뭔가를 시켜놓고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돌봐주는(?) 시간이 많아 수업 시간을 버린다는 느낌도 꽤 있었지만, 이전 선생님들이 워낙 우악스러웠던지라 꽤나 만족스러웠다. ㅋㅋ 물론 수업을 다 끝내고나서는 나중에서야 아쉬움이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차분히 봐주려고 했던 점이 인상적이라 아직까지도 좋은 기억이다. 이 쌤.. ㅋㅋ 이 분도 학교 옮기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리고 인트로덕션때만 잠깐 배울 수 있었던 사라(Sara)
글로벤에서 알게 된 선생님들 중 유일하게 스웨덴인이었던 선생님
작가이자 선생님이었다. 확실히 가르치는 게 남달랐고, 스웨덴어만을 구사해서 가르치는 데도 귀에 쏙쏙 눈에 쏙쏙 들어왔다. 똑똑하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와닿았고, 자기만 똑똑한 것이 아니라 알고 있는 것을 똑똑하게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원했다면 나 역시 사라의 D반 수업을 들을 수 있었을텐데, 사라의 수업은 오후반이라 오전반을 선호하는 나는 그닥 바꿀 의사가 크지 않았다. 마지막에 내셔널 푸르브를 보면서 만나게 된 D반 아이들의 스웨덴어 실력을 보고나서야 몹시 후회를 했지만...
책을 여러권 썼던 선생님 답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책을 한 권씩 읽게 했었나보다. 나중에 SAS gr에 가니 많은 아이들이 스웨덴어 책 한 권쯤은 읽고 왔다고 하던데... 난 gr del2(기초 파트2)과정에서야 한 권을 처음 읽어봤는데.. ㅋㅋ
아무튼 알았더라면 반드시 사라에게 수업을 배웠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프레드릭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밀려들었었었었었다. ㅋㅋ
그밖에도 라우라라는 선생님도 있었는데, 러시아에서 온 이민자였고 나쁜 분은 아니지만 이 분 역시 호불호가 좀 있는 분... 그리고 발음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발음 지적 잘하시는 분...
또 좋아했던 선생님이었던 엘리자베스, 우탈(uttal: 발음) 수업을 엑스트라로 가르쳤는데 보통 화요일에 영화 보는 시간을 빼먹고 엘리자베스의 우탈 수업과 가끔 목요일의 스크리브(쓰기) 수업을 듣곤 했다. 일단 열정이 넘치고, 친절하고 다른 문화를 배우는 데 적극적인 자세라 부담없고 항상 즐거운 선생님이었다. 좀더 열심히 배우고 좀더 친해졌으면 하는 아쉬움 약간.
그렇게 나름 나쁜 기억없이 SFI를 잘 마쳤다. 열심히 그리고 잘하는 친구들에게 자극을 받아 부족하게나마 방학 전에 끝낼 수 있었고, 덕분에 쓸데없이 남는 여름 시간을 허우적대다가 SAS grundläggande를 시작하게 되었다.
SFI는 2012년 6월 초 시험을 보고 마치고 나니 SAS 시작까지는 무려 거의 3개월의 시간이 비게 되었다. 특히 그 때 아무것도 할 게 없었어서 외롭고 외로운 여름이었다는... ㅠ_ㅠ ㅋㅋㅋ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영어 수업 등록과 동시에 2012년 하반기는 무척 바쁘게 되었지만서도... 어쨌든 그래도 하반기는 조금이나마 알찼다는 생각이 든다.
SAS를 신청하는 과정에 난관도 있었지만, 어찌어찌하여 8월에 시작하게 됐다.
처음 신청한 과정은 오전반으로 한 반이 43명쯤 되었던가... ㅋㅋ ㅎㄷㄷ 하게 많았다, 정말. 그래서 선생님이 힘들었던 것인지, 어쨌던것인지 제일 별로였던 것 같다. 신청한 학교는 Åsö vuxengymnasium으로 SFI 하던 때 친구들이 좋은 학교다, 유명한 학교다 라고 해서 그 풍월로 신청하게 된 곳이다. 물론 다니던 글로벤에도 SAS 과정은 있었지만, 라우라에게 배우고 싶지는 않았....
그래서 오소로 신청하고 갔더니 소문을 들은 아이들이 많았는지 정말 바글바글바글... 오전반(월,화,수,목 09:00-12:00)의 위엄이랄까.. ㅋ 결국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풀타임 반으로 바꾸게 되어 스웨덴어 수업을 저녁반으로 바꾸게 되었지만 챕터 1 시험까지는 보고 끝냈기 때문에 대략의 분위기는 알 것 같았다.
일단 수업의 진행 방식은 거의 선생님이 하는 게 없었던 것 같다. 수업 시간에 뭘 했는 지 기억이 없다. 챕터 1을 끝내고 시험까지 볼 정도면 뭔가 그래머 설명이라도 들은 게 기억이 나야 하는데 없어 없어... ㅎ;; 받아쓰기나 듣기 훈련이나 아이들이랑 디스커션 시키는 것 정도...? 뭐 연세가 70세가 넘으셨다고 하셨으니까... 이해해야 하는 부분인가 싶다가도... 꽤 정정해 보이셨고, 수요일마다는 새로 등록한 대학 수학 수업을 들으러 가신다고 하셨는데 말이지... ㅋㅋㅋ
어쨌든 이 쌤의 시험 방식은 그마저도 심플하여, 책에 나와 있는 문제 그대로를 갖다 쓰시는 호쾌함을 선사하셨다. 그러니 뭐 시험에 대해서는 말할 게 별로 없고, SAS 과정은 매 코스마다 책을 1권씩 읽게 하는데 이 선생님이 고르신 책은 Nasseria 라는 책으로 확실히 좀더 폰트도 크고 쉬운 내용의 책이었던 것 같다(이제와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당시엔 당연히 턱도 없는 생각이지).
물론 이 책은 수업을 바꾸게 되면서 읽지 않았다. ㅎㅎ 사실 아깝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책도 아니고... 이걸 돈 주고 산게 아까워... 읽을 것 같지도 않은데... 나중에 영어 수업 때문에 수업 시간을 바꿔야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는 선생님이 아주 아주 아주 잘했다며 칭찬해주고 좋아했다. 역시 사람이 너무 많았던 거지... ㅋㅋ
그렇게 큰 격려를 받으며 저녁반으로 수업을 옮겼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 반부터 8시 반까지 진행되는 저녁반 수업
선생님은 예니(Jenni)! 수업들었던 선생님들 중 가장 훌륭했다고 생각하는 선생님이다. 첫 수업부터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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